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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is in the details/2030

[청년들이 앓고 있다] 1부:위기의 세대 <5> '4포 세대'의 자화상

[청년들이 앓고 있다] 1부:위기의 세대 <5> '4포 세대'의 자화상

빚에 짓눌려… 욕망을 거세당한 청춘
연애·결혼·출산에 인간관계까지 포기
불안한 노동시장·고비용 사회구조에 고통
주택 구입 포기한다는 '5포 세대'까지 등장
육아지원 등 강화해 고령층과 형평성 필요
서울경제 | 이연선기자 | 입력 2014.07.14 18:39 | 수정 2014.07.15 08:53


"전셋값만 해도 얼만데요. 부모님 도움 없이 20대 결혼은 이제 불가능해요." 중견 증권회사에 다니는 임범식(31·가명) 과장은 이른바 인기남이다. 괜찮은 학벌에 훤칠한 외모, 남을 배려하는 행동으로 미혼 여성들의 관심을 듬뿍 받는다. 그러나 정작 그는 결혼 생각이 없다. "집 사고, 애 낳고 교육 시킬 생각을 하면 숨이 턱 막혀요. 그냥 지금이 좋아요." 이런 그도 남모를 걱정이 있다.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 항상 아슬아슬하죠. 친구들은 그래도 정규직이 어디냐고 붙어 있으라네요."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청년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며 대학을 졸업해도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가는 삶의 고개가 없다. 젊은 날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도 있지만 불안한 노동시장과 고비용 사회구조는 청년세대에게 과도한 고통을 안겨준다.

2030세대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일자리 전쟁에 치여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4포 세대', 주택구입을 포기한다는 '5포 세대'까지 포기 항목은 계속 늘어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욕심을 버린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말이 사토리(さとり), 즉 득도(得道)지 가장 의욕이 넘쳐야 마땅할 시기에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거세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취업은 '바늘구멍'…결혼마저 기피

=지난 4월 이른바 '삼성고시'로 불리는 삼성그룹 공채시험에는 10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그나마 삼성은 채용인원이나 많지 그렇지 않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입사시험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넘어야 한다.

통계수치로도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4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로 두 달 만에 다시 두자릿수로 올라섰다. 5월 들어 다시 8.7%로 소폭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실업률(3.6%)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늘어난 일자리도 임시직·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늘면서 고용여건이나 임금은 기성세대보다 형편없이 불리하다.

사회생활의 첫 단추인 직장은 청년층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 남성과 여성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혼 남성의 경우 결혼에 긍정적인 비율이 2009년 69.8%에서 2012년 67.5%로 줄었다. 미혼 여성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비율이 같은 기간 31.8%에서 37.2%로 늘었다. 남자는 '주택 등 결혼자금 (68%)', 여자는 '육아(38%)' 때문에 결혼을 기피했다.

◇빚에 눌린 2030세대…벌어지는 세대 간 자산격차

=과거와 달리 요즘 청년세대는 학자금 대출을 끼고 대학 문을 나선다. 경기부진으로 취업길이 쉽게 뚫리지 않으면서 학자금 대출 연체율은 2010년 3.36%에서 2012년 5.21%로 급등했다. 20~30대 청년층의 신용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학자금 대출 연체율이 큰 폭으로 높아지기 직전인 2010년 1·4분기와 2013년 1·4분기 연령대별 신용등급을 비교한 결과 20·30대는 각각 0.29등급, 0.11등급만큼 신용등급이 악화돼 다른 그룹이 개선된 것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학자금 이후에도 빚의 굴레는 계속된다. 높은 집값을 감당하려면 주택자금대출을 받아야 하고 자녀 사교육비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교육비 관련 가계대출 증가율이 일반 가계대출의 2배 속도로 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빚은 지출여력을 제한하고 소비를 위축시킨다. 결과적으로 자산시장은 물론 소비시장에서도 청년세대의 입지는 점점 약화된다.

◇못 믿을 정부, 깊어지는 불신

=정부가 청년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나서지만 이도 쉽진 않아 보인다. 경기회복이 워낙 더디게 진행되는데다 빠른 고령화와 이에 따른 재정부담으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청년층이 고령층에 비해 불리해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다. LG경제연구원은 세대 회계 방법론에서 국민 1명이 정부에 지불하는 부담과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을 세대별로 계산했다. 그 결과 60대 이상은 정부로부터 2억1,000만원의 순혜택을 받았다. 50대는 7,900만원의 순혜택을 받았지만 40대는 690만원 순손실, 30대는 1억9,000만원의 순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시절 돈을 덜 낸 60대는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하면서 혜택이 늘어난 반면 현재 30대는 초기에 부담이 컸다가 미래에 정부 지출이 선진국 수준으로 수렴되면서 정부 혜택이 늘어나는 속도가 줄었다. 나이가 적을수록 손해이다 보니 청년세대는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크다. 이혜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령층 고소득자의 혜택을 조절하거나 육아지원 등 출산장려 정책을 늘려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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