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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Food/감성폭발

[리뷰] 건축학개론


이 영화를 이제야 봤다.

건축학개론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메인 테마라 할 수 있는 첫사랑 얘기와 다른 한편으로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부모 세대의 희생이다. 주인공인 승민과 서연 모두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그들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순대국 장사를 하고,대학을 서울로 보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주인공들은(우리들은) 여전히 불만이 많다. 순대국 장사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거나, 전공인 피아노가 아닌 아나운서 시험을 보려고 하는 장면은 오늘날 2012년을 살아가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메인 테마는 바로 첫사랑.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면 옛날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좀 더 감성 충만한 이들이라면 한동안 그 기억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할 부작용에 시달릴수 있으리라는 경고를 하고 싶다. 첫사랑의 기억은 사실 그다지 아름다운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나 같은 경우에는 50%의 찌질함과 50%의 우중충함으로 잊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억도 이런 향수 자극하는 영상과 음악을 통해 조금은 미화될 수 있다. 분명 당시에는 찌질했지만 이제 어느정도 세월도 흘러 무뎌졌고.. 비록 영화라는 것 자체가 판타지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그런 환상을 결국 조금이라도 갖게 하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감독의 의도였을 듯.

10년 후 우린 뭘하고 있을까라는 서연의 그 말은 아마 어느 정도 미래를 담은 것이 아니었을까? 10년 후에도 너와 함께라면 좋겠다. 너가 지은 집에서 같이 살고 있으면 좋겠다. 비록 승민이 그 당시에 그 말의 의중을 몰랐다 할지라도, 훗날 30대가 되어 그의 앞에 서연이 다시 나타나는 영화의 시작 씬은 이 대사를 따로 놓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이로부터 20대의 기억과 30대의 현실이 서로 갈등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도 역시 현실이기에, 영화를 통해 되살아난 기억과 현실간의 간극 사이에서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영화 후반부에서 서연에게 왜 갑자기 나타났냐고 소리지르는 승민의 심정처럼.

결국 영화의 엔딩은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이용주 감독은 여기에서조차 기억과 연관된 극적인 장치를 통해 끝까지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려고 한다. 기억의 습작, 디스크맨(CDP가 아니라 디스크맨). 마지막에 서연이 다시 이어폰을 꽂으면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는 그야말로 서연의 심정을 그대로 써내려간 듯. 그리고 노래 자체가 뭔가 90년대틱하다고 해야 하나. 아날로그적 느낌. 뭐 그런 것..

이젠 버틸 수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봐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내 미래의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나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많은 날이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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