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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 blah

고 신해철, 죽음에 관하여



1. 얼마 전에 전해진 고 신해철의 사망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마찬가지였지만, 나에게도 역시 충격적이었다. 사실 난 신해철의 팬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자면 크게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다. 그저 왕년에 잘 나가던 가수, 가끔 사회적인 메시지도 거침없이 전할 줄 아는 소신있는 사람.. 예전에 재밌게 봤던 시트콤의 드라큐라 마왕.. 정도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 당시만 해도 신해철의 마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런 내게 전해진 신해철의 사망 소식. 너무 황망하게 가버려서였을까. 아님 내가 좀 감성적이어서 그런가.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라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신해철에 관한 사연과 그의 노래들이 흘러나왔고, 나 역시 그에 대한 여러 기사와 인터뷰 등을 찾아 읽으면서 감상에 빠져들었다. 신문에도, 예능 프로에도, 9시 뉴스에서도 온통 신해철을 언급했다. 온 나라가 그의 죽음을 함께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이런 광경을 고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처음 봤다. 그리고 생각한다.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나.


 이후 며칠동안 난 그가 남긴 노래들을 대부분 들었고, 깊게 빠져들었다. 8~90년대에 나온 노래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된 느낌. 한 가지만 고집하지 않는 장르의 다양성.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가사였다. 사랑 얘기부터 사회적 메시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는 그의 노래 가사는 나의 심금을 울리게 했다.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민물장어의 꿈, Here I stand for you, 먼 훗날 언젠가,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날아라 병아리와 같은 곡들의 가사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혹은 훗날 겪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그대로 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먼 훗날 언젠가는 나와 같은 세대라면 알 법한 라젠카라는 만화의 주제가였고, 그 당시 초딩이었을 때 만화가 끝나면 나오는 엔딩 영상에서 라젠카가 홀로 걸어가는 장면에서 나오는 엔딩곡이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들어보니 그저 만화 주제가였던 곡은 아닌 것이다.


 날아라 병아리는 제목만 봤을때는 뭔가 했는데 실제로 그가 어렸을 때 잠시 키웠던 병아리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나도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다 마당에서 키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병아리가 사라져버렸다. 온 가족이 함께 찾았는데 나중에 보니 마당에 있던 장난감차 뚜껑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아이들이 직접 타고 노는 장난감차의 운전석 의자 앉는 부분이 뚜껑으로 되어 있어 열고 닫을 수 있는 구조였는데, 이 안에 갇혀서 그만 질식사한 것이다. 범인은 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기억이 나면서, 동시에 지금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얼마전 수술을 한 것도 오버랩이 된다. 강아지가 결석이 있는데 예전에 수술을 한 번 했고, 이번에 재수술을 받았다. 함께 한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니 같이 늙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녀석도 언젠가는 죽게 될텐데 그 때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생각도 하기 싫은데.


2. 개인적으로는 언젠가부터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간혹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그 빈도가 이전에 비해 무척이나 늘어났다. 나도 어느덧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동시에 부모님 생각을 한다.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우리집 개가 나이를 먹은 만큼, 우리 부모님도 어느 새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으셨다. 아직 내가 이뤄논 건 개껌도 없고, 해드려야 할 건 많고. 그렇다. 막막한 현실이다. 남의 죽음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할 여유란 게 사실 없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니, 사람이다 보니, 슬퍼하고, 안타까게 된다. 고 신해철의 사망은 내게도 그렇게 느껴졌다. 더욱이 그와 한 시대를 함께 살았고,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을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그 소식이 훨씬 더 안타깝고, 원통하게 전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대적 아이콘이다. 그런 이의 죽음에 대중은 아파한다.


 죽음은 사실 늘 있었다. 죽음에는 경중이 없다. 누구나 죽는다. 죽음이란 안타깝고, 아쉽고, 원통하며, 슬픈 일이다. 간혹 긍정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으나 매우 특수한 경우이고,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곧 죽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살아있음을 의식하는가? 죽어가고 있음을 의식하는가. 아마 전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한다. 그게 가깝고, 친근했던 사람일수록 더욱. 또는 특정한 사건의 경우 더욱 그럴 수 있다. 고 신해철의 사망 소식이 그러하고, 그렇게 오래지 않은 올해 초, 차마 언급하고 싶지도 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함께 슬퍼했다. 그리고 지금은?


3. 네이버에 죽음에 관하여라는 웹툰이 있다. 죽음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특유의 화법과 그림체로 전개하는 웹툰으로 이미 완결이 됐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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