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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 blah

히든싱어 시즌3 후기 + 잡담



1.

결국 나이트클럽 환희 박민규가 최종 우승했다.

사실 시즌3 결승에서 보여줬던 남자답게의 그 전율감이 워낙 컸기 때문에.. 확실히 그 때와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Missing you가 두 명이 함께 부르는 듀엣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잘 해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시즌 1, 2, 3 통합 왕중왕전이라는 간판에 걸맞게 워낙 다른 경쟁자들의 실력도 출중했기 때문에. 사실상 결승전에 나왔던 10명 모두 목소리만 들어보면 절대 분간이 안 가는게 사실이다. 다들 정말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들.. 참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좁은 땅에 능력자들이 정말 많기도 하다..


실력만 놓고 봤을 땐 모두 득표가 가능했다. 그래서 내가 투표를 했던 기준은 어떤 '감동'이었다. 물론 말이 좀 애매한 부분은 있지만. 그냥 눈 딱 감고 노래 들었을 때, 목소리 똑같은 건 둘째 치고 어떤 마음의 떨림, 흥분, 감동, 전율같은 게 느껴졌을 때, 그 때 닥치고 투표했다. 그렇게 내가 표를 보내준 이들은 다음과 같다. (임재용, 조현민, 김영관, 김성욱, 박민규) 결국 이들 중 세 명이 최종 3위 안에 들었으니 아마도 사람들이 느끼는 게 거의 비슷했던 듯. 특히 임창정 모창자 조현민의 노래에서 가장 그런 느낌을 얻었던 것 같은데. 사실 지난 시즌 2에서 소주 한잔을 불렀을 때 이 정도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감동이 있었지만. 반대로 박민규의 경우 남자답게가 정말 후덜덜했고, 이번에는 그 정도 느낌은 아니었다. 결과는 반대로 박민규가 최종 우승, 조현민이 2위. 뭐 순위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는 모창 능력자들이고, 이번 무대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졌을만큼 사실상 패자가 없는 모든 이들의 축제와 같은 무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능 프로를 즐겨 본다면 즐겨보는 편인데. 그렇게 폭이 넓지는 않다. 소위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다는 특정 예능 몇개를 꾸준하게 챙겨보는 데 히든싱어가 그 중에 하나다. 사실 처음에는 종편이라는 편견 때문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우연히 시즌1 성시경 편이었나, 암튼 그걸 보고 바로 빠져들게 됐다. 개인적으로 정말 기억에 남는 편 몇 개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시즌 1

이문세, 윤민수

시즌 2

임창정, 신승훈, 김범수, 휘성, 김광석

시즌 3

이재훈, 환희, 이승환


특징이 있다면 특유의 창법이 있는 가수, 대개 발라드와 같은 잔잔한 노래(이재훈이나 이승환도 발라드 곡을 불렀음), 그리고 나와 같은 세대의 가수들이라는 점. 히든싱어가 단순한 예능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어떤 흔적을 남겼다면 바로 숨겨진 옛 가수들의 명곡을 재발굴했다는 점이다. 물론 원 가수와 팬이 한 무대에서 함께 경연을 한다는 컨셉 자체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아무래도 언젠가부터 대중가요를 들어보면 거의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나도 기성세대로 편입되었나...) 솔직히 요즘은 옛 노래를 많이 듣는다. 그 옛 노래의 기준이라는 게 어디서부터 어디라고 딱 잘라 말 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 나의 학창시절을 함께 했던 그런 가수들의, 그런 곡들이다. 같은 가수의 같은 노래이지만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 했던 어떤 무엇.


최근 효과가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특히나 충격적이었던 무대는 바로 환희 편이었다. 환희 편은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모든 능력자들이 다 환희 같았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언급했던 특징에 모두 부합된 무대였다. (환희 특유의 창법, 잔잔한 R&B, 학창시절 많이 즐겨들었던 Fly To The Sky) 사실 그 때는 박민규가 아니라 닭발공장 사장님.. 그 분이 정말 잘했던 것 같은데 우승은 박민규에게 돌아갔고, 나중에 방송에도 나왔지만 박민규가 댓글 보고 많이 자극 받아서 정말 연습을 엄청나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결승에서 남자답게라는 실로 레전드 무대를 만들어냈고,, 그 후에 이어진 환희와 듀엣으로 부른 내 사람이라는 곡도 너무나 큰 감동이 있었다. 물론 이번 통합 왕중왕전도 역시 말들이 많은데.. 뭐 결국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결과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니.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개인 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앞서 솔직하게 얘기했지만 개인적으로 시즌3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는 박민규의 남자답게였고, 이번 통합 결승전만 보면 조현민의 흔한 노래였다. 그래도 모두가 최선을 다 했고, 많은 이들이 감동을 얻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 다시 내년에 또 이어질 히든싱어 시즌 4를 기대하는 바이다. (중간에 생뚱맞는 광고는 좀 자제요..)



2.

그저 같은 세대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동질감이 있다. 특별히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비슷한 나이 또래라는 점. 혹은 같은 시대를 살아왔다는 점. 이를테면 중학교 학창시절에 Fly To The Sky의 약속과 같은 노래를 들었던 기억을 공유하는 것.. 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 차이가 있겠다. 그 당시 내 유일한 낙은 노래 듣기였다. 그 외엔 딱히 즐거울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수를 하고 싶었다거나..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다; 그 시절 난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고, 열심히 들었다. 그래서 그 시절의 노래를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시절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굳이 Fly To The Sky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이번 히든싱어 환희 편을 보면서 느낀 충격 때문에. 실제로 학창시절에 Fly To The Sky의 노래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히든싱어에 나왔던 그 팬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매 앨범 타이틀 곡 정도는 빠뜨리지 않고 즐겨 들었고, 부르기도 했다. 그 외에 몇 개 다른 노래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Fly To The Sky의 인기도 시들시들해졌고, 중간에 잠시 부침의 시기를 겪게 되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도 그만큼 멀어졌다. 인기곡이 나오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었고, 나도 세월을 겪으면서 예전과 같은 감성에 빠질 여유가 없었다. 아마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Fly To The Sky라는 팀은 서서히 잊혀졌을 것이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 얼마 전 Fly To The Sky의 컴백 뉴스가 나왔다. 그 느낌은 뭔가 묘한 것이었다. 예전에 즐겨 들었던 노래, 같은 세대의 가수, 그런 느낌 말고도 어떤 반가움이 있었다. 당시 공교롭게도 오래 전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그룹들의 컴백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그 시발점이 바로 god의 재결합 소식이었고, 이후 Fly To The Sky, 서태지, SG 워너비, 버즈 등 한 때 가요계를 씹어먹었던 이들이 속속 컴백 소식을 전해왔다. 마치 오래전에 소식이 끊긴 친구가 다시 돌아온 것 처럼. 나는 이들의 컴백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올해 7월, god는 성공적으로 컴백을 했고 이후 Fly To The Sky, 최근에는 버즈가 새 앨범을 들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나 같은 사람도 이럴진대, 그 시절 가수의 팬이었던 분들에게는 엄청난 사건임이 틀림없다. 이들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롱런할 수 있길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3.

나이트클럽 환희 박민규도 29살이더라. 그래서 더 동질감같은 것을 느꼈을까.

얼마 남지 않은 2014년, 29살 여러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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