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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is in the details/2030

취업난에 짓눌린 청춘.. "고향도 못가요"

취업난에 짓눌린 청춘.. "고향도 못가요"

2030세대 4명 중 1명 설 귀향 포기
학원 자습실·독서실 더욱 붐벼
식당 휴업 대비 음식 미리 준비
“남과 비교·결혼 채근도 부담”
세계일보 | 이재호 | 입력 2015.02.09 19:32 | 수정 2015.02.10 00:04


"4년째 명절이 돼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빨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금의환향'하고 싶어요."

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박모(30)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 창원이 고향인 박씨는 공무원 시험이 두달 남짓 앞으로 다가와 마음이 조급한 데다가 왕복 교통비가 부담스러워 올해 고향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박씨는 "가족들은 괜찮으니 집에 와서 명절을 보내고 다시 공부하라고 하지만 자격지심이 들어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다"며 "하루빨리 직장도 잡고 성공해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종로구 성균관대 도서관)설날이 다가와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귀향을 준비해도 대부분의 노량진 고시생들은 박씨와 비슷한 이유로 고향집에 가지 않는다. 박씨는 "매년 명절이면 학원 자습실과 독서실이 더욱 붐빈다"며 "주변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아 편의점의 삼각김밥과 라면이 동나기도 해 설날 먹을 음식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20·30대 청년 4명 중 한 명은 설날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척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운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은 홀로 쓸쓸히 명절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타향살이를 하는 20·30대 성인남녀 3493명을 대상으로 설날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26.3%(918명)가 "고향에 못 간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 20대는 '취업준비를 하느라'고 대답한 사람이 32.7%(192명)로 가장 많았고, '출근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은 18.9%(111명)로 뒤를 이었다. 30대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대답한 사람이 26.6%(88명)로 가장 많았고, 19.0%(63명)가 '출근 때문'이라고 답했다.

명문사립대 법대에 입학해 10년 가까이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31·여)씨 역시 이번 설에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지 못하고 혼자 서울에서 공부하며 명절을 보낼 예정이다. 이씨는 "가족들이 이미 취업한 동생과 나를 비교하는 것도 싫고, '결혼은 하지 않느냐'며 물어보는 친척들을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고향에 가는 것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계약직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정모(29)씨는 진로에 대해 캐묻는 가족들과 결혼을 채근하는 친척들을 만나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 고향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정씨는 "대학원생인 동생이 연구로 바빠 집에 오지 않겠다고 해 아예 가족이 모이지 않기로 했다"며 "현재 일하고 있는 학교와 계약만료일이 다가오고 있어 다른 학교 면접을 준비하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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