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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is in the details/2030

취업 실패·고시 낙방.. '눈물의 2030' 사기꾼 전락

취업 실패·고시 낙방.. '눈물의 2030' 사기꾼 전락

생계 곤란에 돈 빌려 잠적문화일보 | 김다영기자 | 입력 2015.01.22 11:46 | 수정 2015.01.22 12:01


정상적인 사회생활 곤란, 조금씩 빌렸다가 못갚아 사기범 처벌받은 청년층 작년 1만명 가까이 늘어

서울 명문 사립대 정치외교학과 출신 A(39) 씨는 대학 졸업 후 법조인이 되기 위해 사법고시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1차 시험을 통과하기도 여의치 않았고, 어쩌다 1차 시험을 통과하면 2차에서 늘 고배를 마셨다. 결혼도 못한 채 7년을 사법고시에 매달리면서 경제적으로는 더욱 궁핍해졌다. 공무원 생활을 하며 아들 고시 뒷바라지를 해주던 부모도 점점 지쳐갔다.

결국 A 씨는 7년 만에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했지만, 이미 30대 후반이 돼버린 A 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돈을 벌 방법은 사업뿐이라고 생각한 A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던 A 씨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만나 알게 된 B(38) 씨에게도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수입하는 사업을 벌여 순이익의 30%를 주겠다"며 2000만 원을 빌렸다. 그러나 A 씨의 생각처럼 사업은 순탄치 않았고, 빌린 돈의 원금마저 보장해주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결국 B 씨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A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20∼30대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실업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청년층이 생계를 위해 돈을 빌렸다가 이를 갚지 않아 사기꾼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서울 강동경찰서에는 취업에 실패한 친구 C(39) 씨가 2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는다며 D(39) 씨가 고소장을 내기도 했다. D 씨는 "C 씨가 취업에 실패한 뒤 오랜 기간 친구들에게 100만∼200만 원씩을 빌려 근근이 살아왔다"며 "금액이 적고 C 씨 사정을 고려해 다들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오랫동안 빌려간 돈이 늘어난 데다 C 씨가 잠적해버리면서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검거된 사기 범죄자 가운데 20∼30대(21∼40세) 청년층은 8만4403명으로, 전년 7만5669명보다 1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맞물려 20∼30대의 실업률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20대(20∼29세)와 30대(30∼39세)의 실업률은 각각 9%와 3.1%로, 20대 이상 성인층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도별로는 20대 실업률은 2012년 7.5%에서 2013년 7.9%, 2014년 9%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30대 실업률도 2012년과 2013년 각각 3%에서 지난해에는 3.1%로 올랐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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