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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is in the details/2030

좌절의 청춘..'취춘기'를 아시나요?

좌절의 청춘..'취춘기'를 아시나요?

'취업사춘기'앓는 20대들, 무력감·체념·좌절 토로머니투데이 | 김은혜 기자 | 입력 2015.04.16 07:01 | 수정 2015.04.16 10:01


[머니투데이 김은혜 기자] ['취업사춘기'앓는 20대들, 무력감·체념·좌절 토로]

"10대 시절엔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면 다 해결될 줄 알았고, 20대엔 저절로 꿈과 목표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30대를 목전에 앞둔 지금 취업의 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젊은 청춘들이 취업 열병을 앓고 있다. 무한 취업경쟁속에 단군 이래 최고라고 평가받는 스펙도 무용지물이다. 취업의 벽 앞에서 좌절하면서 사춘기 아이처럼 '난 누구인지, 적성은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되물으며 방황한다. 이른바 '취업사춘기'다.

↑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15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서울 명문대, 서울 중위권대, 지방대 출신 등 6명의 취업준비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객관적 가치를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수십군데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새롭게 알아간다"고 말했다.

'자소설'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자기소개서를 써나가면서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는 말이다. 취업준비과정에서 뒤늦게 적성을 찾더라도 현실적으로 적성에 딱 맞는 직장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취업이 안될 경우 그들의 선택도 제한적이다. 그들의 대답은 1.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 2. 대학원에 진학한다. 3. 알바나 계약직이라도 불안하지만 계속 일한다 등 세가지 중 하나로 수렴한다.

◇명문대생도 어쩔 수 없다?

서울 명문대 인문계열 학과를 졸업한 여성 A씨. 토익 970, 토익스피킹 8~7레벨, 프랑스어·일본어 등 제2외국어, 경영학 복수전공 등 그의 스펙은 화려하다.

2년간 휴학을 하고 외무고시를 준비하다 2013년초부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첫해엔 닥치는 대로 30군데정도 원서를 냈다. 하지만 면접까지 간 경우는 달랑 2곳이었다. 졸업을 한 지난해엔 10곳 정도에 원서를 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8살 그는 초조하다. 심지어 최근 한 기업 면접에서는 "남자같으면 군대를 다녀와서 그렇다치지만 여자가 이 나이까지 뭐했냐"는 추궁을 받기도 했다. "서른까지 취업이 안되면 다시 고시를 해야할 것 같아요"라고 그는 힘없은 목소리로 말했다.

◇졸업이 무섭다..실업자 되면 어쩌나

"대졸자수에 비해 갈만한 일자리수가 적은게 제일 문제겠죠. 다시 고교시절로 돌아간다면 진지하게 기술을 배우는 쪽으로 진로를 고민해볼 것 같아요."

서울의 중위권대 경영학과의 졸업을 유예하고, 법무법인에서 인턴실습중인 B씨(27세)의 말이다.

그는 미국 교환학생도 다녀왔고 토익 945점, 토익스피킹 레벨7 등 스펙도 좋다. 하지만 지난해 40군데 정도 원서를 냈고 10곳 정도 서류에 합격했지만 1곳 빼고 면접1차에서 대부분 탈락했다.

솔직히 원대한 포부같은 건 없고, 그럴만한 여유도 없다고 그는 말한다. "올해부터 학칙이 바뀌어서 졸업유예제도도 폐지된다. 졸업생 신분이 되면 더 힘들텐데"라며 "서른까지 취직 못하면 이왕 늦은 거 2~3년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 치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스펙 갖춰봐야 뻔한 한계 "외국가야하나"

"작은 주얼리회사에 들어갔는데 3개월째 월급을 못 받았다. 그만두고 또 다른 회사를 가도 100만원대초반 월급으로 낮밤없이 일하는 거다. 좋은 회사를 가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준비를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올해 29세로 서울 중위권대 예술대학을 졸업한 C씨의 말이다. 전문대를 다니다 25살에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 C씨는 모든 과정이 남들보다 늦어져 더 조바심이 난다. 스펙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C씨는 대외활동에 치중했다. 해외에서의 다양항 봉사활동과 마케팅 MD관련 공모전 경험도 있다.

지금까지 30~40곳 정도 원서를 냈지만 면접을 본 곳을 딱 1곳뿐이다. 현재 주중에는 취업컨설팅회사와 학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친구들 안 만난 지도 오래다. 서른이 돼도 취업이 안되면 해외로 눈을 돌려볼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김환 서울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준생들은 사춘기처럼 자신의 내면속 많은 감정요소들로 인해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1단계는 자신과 세상의 관계 재정립 과정이고, 시간이 지나도 취업이 안되면 2단계로는 무력감에 빠지는 것, 그 이후엔 개인에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데 자기 기대치를 낮추고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조정하는 경우와 무력한 상태 그대로 좌절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8년간 취업포털을 운영해온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는 "신입 채용시장의 구조가 최근 3~4년사이에 급변함에 따라 기업 채용방식도 점점 더 촘촘해지는데, 학교교육은 그대로이고 취준생 역시 뭘 해야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막막한 현실이지만 답을 찾는다면 채용시장이 변하고 있는 만큼 교육시스템과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기자 gracegues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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