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도로 한복판을 홀로 걸어간다.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 드문 일도 아니다만, 오늘만큼은 유독 휑하다.
낯설고, 허전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이 정도 되는 도심지에 왜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
높게 솟은 건물들은 내가 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것만 같다. 그 거대하고 가파른 건물들이 합심해 날 이곳에 단단히 가두려는 것만 같아, 불안감은 더욱 커져간다. 좀더 발걸음을 빠르게 내딛는다.
난 어쩌다 이 곳을 지나가고 있으며,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가득하지만 빠르게, 빠르게 걸음을 재촉한다.
가능하면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잠시 후 사람들 몇몇이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들의 높이도 점점 낮아진다.
이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걸음도 좀 더 여유가 생긴다. 동시에 느껴지는 위화감.
이 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건가?
단지 외로움에서 묻어난 고립감인가?
아님..
결국 훨씬 더 복잡해진 상태로
그렇게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