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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is in the details/2030

[권리를 잃은 사람들](1)최저 주거기준 미달 100만명 시대

[권리를 잃은 사람들](1)최저 주거기준 미달 100만명 시대

고시원 7년 비정규직 “난 주거난민”경향신문 | 조미덥 기자 | 입력 2013.12.18 23:11 | 수정 2013.12.18 23:49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한 고시원. 월세 18만원, 3.3㎡(1평) 크기에 창문도 없다. 두 명이 바로 누우면 꽉 찬다. 가구는 낡은 TV와 책상, 침낭이 전부다. 빨래를 널어도 쉬 마르지 않는다. 방 구석엔 작은 소화기가 놓여 있었다. 이 방에 살고 있는 민철식씨(28)는 "가끔 고시원에 '묻지마 방화'가 일어나는데, 불나면 피할 곳도 없다.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의 한 전문대를 중퇴하고 2007년 서울에 올라온 뒤 7년째 고시원에서만 살고 있다. 학벌도 신통찮고, 기술도 없는 그를 받아주는 직장을 찾기는 어려웠다. 생계를 위해 건설현장 잡부부터 행사진행요원, 의약품 임상실험까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사이 이태원·강남·도봉구·동인천으로 모두 7번 이사했다.


서울 녹번동 한 고시원의 손바닥만한 방에서 7년째 생활하고 있는 민철식씨가 18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결혼은 이미 포기했다. 연애는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원룸에만 살아도 어디 산다고 말하고 여자친구를 데려올 수도 있겠지만, 고시원에 살면서 그게 되겠습니까." 20대 초반엔 고시원에 사는 것은 큰 흠이 아니었지만, 나이를 먹으니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다.

민씨는 고시원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서른 가까이 되면서 정규직 취업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불안정한 아르바이트 수입은 30~40%가 고시원 월세로 들어간다. 당장은 월세 2만원을 추가해 창문이 있는 고시원 방으로 옮기는 게 소망이다.

민씨가 살고 있는 곳은 3.3㎡에 불과해 '집'의 자격에 미달한다. 1인가구 최저 주거 기준은 '14㎡(4.2평) 이상 부엌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집에 살지 못하는 1인가구는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에서 고시원에 살고 있는 사람은 2011년 말 현재 14만4629가구에 이른다.

박철수 반값고시원운동본부 대표는 "고시원보다 못한 쪽방, 여인숙 달방, 찜질방·피시방 숙박을 포함할 경우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최저기준에 미달하는 주거지에 혼자 살고 있는 '주거난민'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31218231107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