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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is in the details/2030

[스러지는 2030] 직장에서 쫓겨나고..

[스러지는 2030] 직장에서 쫓겨나고..

국민일보 | 입력 2013.09.11 18:01 | 수정 2013.09.11 22:17


지난달 청년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논란이 불거진 뒤 서울 청담동 카페베네 본사 앞에서는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이어졌다. 참여연대, 청년유니온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피켓을 들고 "카페베네는 청년들의 꿈에 진실하라"고 외쳤다. 카페베네의 창업정신인 '꿈에 진실하라'를 아프게 꼬집은 것이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베네(뱉네)"라는 피켓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외침에는 뭔가가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작 화를 내야 할, 카페베네에서 해고당한 김서현씨 등 피해 청년들은 이 자리에 참석해 해고의 부당함을 주장하지 않았다. 손님이 몰리면 서서 끼니를 때우고, 시간외 근로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일했던 그들이었지만 사실상의 해고에는 무감각했다. 한두 번 당한 해고가 아니었으며, 얼른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이 이롭다는 판단이었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해고를 해고라고 느끼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답답했다"며 "취업이 급한 젊은이들이 사회 속에서 이미 무력해진 상태라는 것을 체감했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들 틈에서는 "청년들의 원래 근로조건이 좋지 않아서 굳이 열심히 싸우지 않으려 했다"는 말도 나왔다. 일부 청년들은 향후 취업에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결국 이들 시민단체가 얻어낸 것은 청년들의 재고용이 아닌, '본의가 아니었다'는 카페베네 대표 명의의 사과문 한 장뿐이었다.

카페베네처럼 편지라도 보내주는 기업은 그나마 양심적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해고 통보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음을 깨달은 청년들은 분노하기보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컸던 2008년 말 408만4000명이던 30세 미만 취업자 수는 지난 8월 말 380만8000명으로 6.76%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취업자 수가 줄어든 연령대는 20대와 30대뿐이다. 2008년 말 7.2%였던 15∼29세의 실업률은 지난달 7.6%로 오히려 상승했다. 30대의 실업률도 같은 기간 3.1%를 유지했다. 40대와 50대의 실업률만 0.1% 포인트씩 하락했다.

기성세대가 만든 팍팍한 경제 상황이 2030세대를 옥죄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앞당기겠다는 박근혜정부의 공약은 신설될 시간제 일자리의 개수만 적시하고 있을 뿐 실천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11일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방향만 있을 뿐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제외한 기업에서 어떻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어떤 일자리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인지도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911180108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