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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is in the details/2030

"채용 확대 약속했는데.." 기업들 '일자리 딜레마'

"채용 확대 약속했는데.." 기업들 '일자리 딜레마'

대기업 공채 시작했지만 지난해 수준도 어려워, 구조조정中 금융권·공기업은 채용한파머니투데이 | 서명훈|강미선|변휘|이현수 기자 | 입력 2013.09.02 06:00


[머니투데이 서명훈기자][대기업 공채 시작했지만 지난해 수준도 어려워, 구조조정中 금융권·공기업은 채용한파]

#1. 취업준비생 A씨(29)는 올 추석에도 귀향을 포기했다. '아직 취업 못 했냐'는 친척들의 동정 섞인 질문공세도 싫지만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서다. 하반기 공채가 시작돼서 원서 쓰고 면접 준비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를 2년째 반복하고 있다.

#2. 대기업 인사담당 B부장(45)은 요즘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을 업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당초 계획보다 하반기 채용규모를 늘리기로 방침이 정해졌지만 무작정 사람을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과 교육비용 등을 걱정하는 재무 담당자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요 대기업의 하반기 공채를 앞둔 9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대다수 기업들이 해외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채용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10대그룹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고용 여력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대기업 하반기 공채 '스타트'…개별기업 채용규모는 안개 속〓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공개채용에 나선다. 첫 테이프는 LG그룹이 끊었다. 1일 LG하우시스를 시작으로 올해 총 1만5000명을 채용할 예정인 LG그룹은 하반기에 대졸 신입 2500여명, 고졸 2500여명을 채용한다.

삼성그룹, 현대차 그룹과 SK그룹, 포스코 등도 잇따라 신입 사원 전형에 나서지만 일부는 채용규모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SK는 하반기에 정기 및 수시 공채로 1000여 명, 포스코는 올 하반기 그룹 전체적으로 4200여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다. 다만 2일부터 채용에 나서는 현대차와 이달 중순 입사지원을 받는 삼성은 정확한 채용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 계획을 밝힐 삼성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대졸 9000명을 포함해 2만6000여명을 채용한다는 수준만 공개된 상태다. 기업별로 정확한 채용숫자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IT 금융권·공기업 채용시장 '한파'='좋은 일자리'의 대명사인 금융권과 공기업은 채용규모가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지난달 공채를 시작한 은행권의 경우 상반기 이익이 '반토막' 난데다 1인당 생산성이 낮다는 비판에 채용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외환·기업 등 7대 시중은행의 올해 하반기 채용 인원은 10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다음달 4일까지 서류를 접수받는 국민은행은 100~130명 정도를 뽑는다. 상반기 46명을 뽑은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채용 규모(200명)보다는 줄어들 전망이다.

공기업 상황도 마찬가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 등 30개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의 하반기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1200명 선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25% 감소한 수준이다. 30개 공기업 중 하반기 채용 계획이 아예 없는 곳도 16곳으로 절반을 넘는다.

IT서비스 업체들의 채용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국내 및 공공사업이 줄어들어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IT서비스업계 '빅3'의 연간 신입 공채 인력은 각 사별로 400~600명 규모였지만 올해는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 고용 확대 독려하는 정부, 기업들 냉가슴〓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률 70% 달성'을 내세운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처를 막론하고 고위 관료들은 간담회나 강연 등 기업인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채용을 늘려달라고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10대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또 "우리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고용을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연간 계획에 비해 1만3000명 증가한 연간 약 14만 명의 고용이행 계획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모 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숫자를 달라고 해서 제출하긴 했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제 달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머니투데이 서명훈기자 mh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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