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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Food

노무현입니다



노무현입니다

저자
정철 지음
출판사
바다출판사 | 2012-05-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누구보다 치열했던 노무현의 인생 앞에 쉼표 같은 한 권의 책!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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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3년 전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의 산자락에서 몸을 던졌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니.. 이는 분명 충격적인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당장 나부터 그러했다.

뉴스 속보가 TV 화면에 떴을 때 말 그대로 실감이 나지 않았고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았다. 물론 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평범한 20대 초반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느낌을 뭐라고 잘 설명은 못하겠다.

다만 분명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역시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아무튼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일이 계기가 된 것일까. 난 지금 정치에 매우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웬만한 어른들에 비할만큼, 또래들에 비하면 우월할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뉴스를 보는 것은 일상이고, 팟캐스트를 듣는 것은 필수가 되었다.

또한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의 강연이나 토크 콘서트를 찾아서 돌아다니기도 했다. 특히 나꼼수의 광팬이 됐다. 나와 같은 젊은이들의 정치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11 총선 때 투표 인증샷도 찍고 주변에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것은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참여"라는 키워드와 직결된다. 절대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난 그렇게 되고 있었다. 참여정부라는 이름은 그냥 폼내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니었다. 사실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참여는 곧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행위이다. 강요받거나 간섭받아서 행해지는 것은 참여라고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참여는 참으로 민주주의적인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란 곧 국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정부이다.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내걸고, 절대 국민들에게 강요하거나 간섭하지 않으며, 그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행위를 기반으로 국정을 행하겠다. 이런 의미가 담겨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두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그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그 당시 상황 사이의 간극, 또 하나는 죄송스럽게도 국민들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다. 나는 그것이 결국 탄핵, 대연정 제안,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대연정 제안은 감히 말하건대, 확실한 오판이었다. 이상은 좋지만 현실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시, 노무현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인간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바보 노무현이라고 부른다. 바보처럼 살다가, 바보처럼 가버린, 바보의 전형이다. 그리고 그런 바보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사람들도 역시 바보임에 틀림없다. 그런 멍청이들 투성이니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바보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왠지 바보가 되버린듯한 기분으로 한번에 읽어 내려갔다. 짠하다. 정철의 에세이와 장철영의 사진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스토리를 이룬다. 각각의 사진들은 시간적으로 달리 있지만 모든 것들은 다시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책을 덮었지만 완결된 것은 아니다. 이 묘한 기분. 그가 살다간 세상.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

결국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


그리고 새삼 문재인의 운명에서 읽은 구절 하나가 떠오른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