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통신장관회의서 경제위기 해법으로 ICT 부상
정보보안은 지구촌 공동의 숙제로 남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 경제위기에 직면한 국제사회가 위기 타개책으로 정보통신기술(ICT)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ICT의 역기능인 해킹, 개인정보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보안은 지구촌이 해결해야 할 공동의 숙제라는 점도 더욱 분명해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7~8일(현지시간) 열린 제9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통신장관회의에서 각국의 통신 장관들은 한목소리로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ICT를 꼽았다.
회의 주제가 '경제성장과 번영 촉진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에서의 신뢰 및 보안 구축'이라는 점도 각국이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ICT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반영하듯 APEC 통신장관회의 첫 세션의 주제는 '신성장 촉진을 위한 ICT 개발'이었다.
이 세션에서 러시아에 이어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두번째 주제발표에 나섰다. 러시아가 회의 주최국임을 감안하면 이 위원장이 사실상 첫 주제발표자인 셈이다. 국제사회가 그만큼 한국의 ICT에 주목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 위원장은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스마트 생태계 구축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C-P-N-T)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협력·공생하는 이른바 '스마트 생태계'에 빨리 적응하고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발표 요지였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한 ICT 정책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2007년 이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ICT 투자로 작년 ICT 부문의 수출을 전체 수출의 28.2%로 끌어올렸다"면서 "한국에서 ICT가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정보격차 해소와 국민 생활향상에 ICT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니콜라이 니키포로프 통신매스컴부 장관은 "올해 러시아의 인터넷 사용인구가 17% 증가했다"면서 "이를 통해 낙후된 지역 주민들의 인터넷 접근이 크게 향상됐다"고 인터넷 확산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음식점, 호텔 등 어느곳에서나 와이파이(WiFi)가 깔려있어 인터넷 접속은 물론 무선 데이터 사용에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한 교민은 "러시아 통신회사인 요타(Yota)가 삼성전자와 함께 지난 2월부터 러시아 전역에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3월 대지진과 쓰나미로 재난을 맞은 일본도 ICT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피해지역 재건과 재난 예방에 IC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스자키 기미아키 일본 총무성 차관은 "쓰나미를 피해 병원 지붕으로 피신한 한 여성이 영국으로 이메일을 보내 극적으로 구조됐다"면서 "지진지역에서 통화는 단절됐지만 소셜 미디어는 작동됐다"며 재난 대비와 재건에 IC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제시카 로젠워슬 상임위원도 ICT가 지역사회를 연결하고 상업활동을 가능케 할 뿐 아니라 정부정책을 바꿔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ICT만큼 다이내믹한 기술은 없다"고 단언했다.
로젠워슬 상임위원은 "FCC는 시골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함으로써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44억달러를 투입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랩탑을 저소득 가정에 보급하고 무료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은 그러나 ICT를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꼽으면서도 정보보안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데 공감했다.
이번 회의에서 이틀간의 논의를 정리해 채택한 선언문의 '안전하고 신뢰가능한 ICT 환경 구축' 항목은 정보보안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계철 위원장은 주제발표에서 "한국은 지난해 인터넷 상에서 3천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디도스(DDoS:서비스분산거부) 공격을 경험한 바 있다"면서 정보보안의 중요성을 각국에 일깨웠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 이슈와 글로벌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내년에 '제3차 사이버공간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임을 알리며 각국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일본 기미아키 총무성 차관은 사이버 보안규칙 제정을 제안하며 그 원칙으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민간의 참여 등 두가지를 제시했다.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담보함으로써 민주주주의 근간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터넷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민사회의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사이버 보안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이번 APEC 통신장관 회의는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으로서 ICT를 새롭게 조명하는 한편 그 역기능을 국제사회에 경고하면서 국경을 초월한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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