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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Food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E' Bella / Life Is Beautiful,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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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밝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귀도앞에 어느 날 한 여자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녀의 이름은 도라. 귀도는 도라를 보자마자 한 눈에 반하게 되고 그 날 이후 둘은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계속 만나게 된다. 도라 또한 자신을 늘 공주님이라 부르며 늘 낙천적인 귀도가 싫지 않았고. 결국 운명의 그 날, 귀도는 도라를 그녀의 약혼식장에서 당당하게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하고 아들 조슈아를 낳아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행복을 하늘이 시기한 것이었을까. 때는 1940년대, 제2차 대전의 발발로 유태인이었던 귀도와 조슈아, 귀도의 숙부는 독일군에 강제 연행되어 수용소행 기차로 끌려가고, 이를 뒤늦게 안 도라 또한 자신은 유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일군에 자청하여 기차에 탄다. 아무것도 모르는 조슈아에게 귀도는 이것은 하나의 놀이이며, 일등을 하게 되면 조슈아가 좋아하는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이들의 유쾌하고도 안타까운 감동적인 이야기 ..


늘 밝고 긍정적인 귀도조차도 영화에서 단 한 번 당황하는 순간이 있다. 아들 조슈아가 독일아이로 오해받아 다른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에서 그만 이탈리아어로 "잘 먹겠습니다"를 외친 순간. 하지만 귀도는 그 특유의 재치로 상황을 잘 모면하고 이후에도 그의 눈물나는 노력은 계속된다. 조슈아가 이 비극적인 상황을 알지 못하도록.. 그리고 아들을 살려내기 위해서.. 수용소는 거대한 '놀이터', 다른 사람들은(독일군까지) 이 즐거운 놀이에 함께 동참하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조슈아. 아무것도 모른채 자신과 아빠, 이 많은 사람들은 그저 '진짜 탱크'를 받기 위해 서로 점수를 타려 한다고 생각할 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탱크를 얻기 위한 게임이라고 생각할 뿐. 결국 독일은 전쟁에서 패배하게 되고, 독일군은 철수를 하기 시작한다. 이 와중 귀도는 탈출을 하기 위해 조슈아를 데리고 나온 다음, 아들을 숨기며 절대 다른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된다고, 그러면 게임에서 지게 된다고, 그러자 조슈아는 그저 '진짜 탱크'를 얻지 못할까 그게 두려워 꼭꼭 숨는다. 결국 귀도는 도라를 찾지 못하고 독일군에 발각되어 총살을 당하고, 조슈아는 아빠의 말대로 꼭꼭 숨어서 살아남는다. 즉 영화에서 전쟁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조슈아에게는 그저 '놀이'가 끝났을 뿐이다. 그리고 이는 아이의 눈앞에 거대한 '진짜 탱크'(사실은 연합군의 탱크)가 실제로 등장함으로써 증명이 된다. 조슈아는 "진짜였어!"라며 마냥 기뻐한다. 친절한 미군 아저씨가 자신을 탱크에 태워주면서 그 확신은 120%가 되었을 것. 그리고 마지막에는 엄마를 만나게 되면서 결국 이 재미있는 놀이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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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분명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전쟁영화이지만 실상 전쟁의 참상, 비극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러닝타임 내내 즐겁고, 유쾌하다. 비록 주인공인 귀도가 총살을 당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안타깝지만, 이는 마지막 아내와 아들의 웃음어린 상봉으로 맺음지어짐으로써 더 의미있는 설정으로 승화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전쟁영화가 또 있을까. 그리고 이토록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까. (있을거야)

1998년 제 71회 아카데미 남우주연, 영화음악, 외국어영화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