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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Food

그린 마일 (The Green Mile,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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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요양원. 사람들이 TV 주변에 둘러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Top Hat' 그러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과 춤을 추며 'Cheek To Cheek'을 불러주는 장면이 나오자 갑자기 한 노인이 울음을 터트린다. 노인의 친구 엘레인은 노인을 걱정하여 데리고 나온다. 수심이 가득한 노인은 이윽고 엘레인에게 자신이 전에 간수를 지냈었다는 얘기를 했었느냐며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 노인의 이름은 폴 에지컴. 그는 어느덧 60년 전, 콜드 마운틴 교도소에 근무하는 젊은 간수장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


존 커피가 보여주는 기적을 대체 뭐라 설명해야 할까. 그저 콱 쥐기만 했을 뿐인데 지병인 방광염이 눈녹은 듯 사라졌다. 사람 발에 밟혀 머리가 으스러진 쥐를 다시 살려냈다. 그리고 종국에는 말기 뇌종양으로 고통받고 있던 교도소장의 부인을 깨끗하게 고쳐낸다. 폴의 동료인 딘이 말한 것처럼, 그야말로 '예수의 기적'을 그는 행한다. 그렇다면, 그는 예수의 재림인가? 혹은 그야말로 폴이 말하는 것처럼, '신의 특별한 창조물'인가?

사실 초점은 그가 '사형수'라는 데 있다. 그리고 그가 '흑인'이라는 데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 그가 두 소녀를 양팔에 안고 울고 있는 장면. 거기에 그를 쫓아온 동네 사람들은 죄다 백인. 말 다했지 뭐. 그는 일말 변명의 여지도 없이 바로 사형수로 판정받고, 바로 교도소로 이송된다. 그리고 영화는 시작된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우리에게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현실에서 절대 이런 기적은 일어날 수 없다. 그것도 그럴듯한 모양새가 아니라, 그저 콱 쥐기만 했을 뿐인데 그 병이 나아버리고, 감싸쥐기만 했는데 쥐가 살아나고, 가벼운 키스만으로 뇌종양을 낫게 하는 건 솔직히 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그렇다. 이것은 '기적'이 아니라, 그냥 '극적인 장치'정도로 해두자.

굳이 그가 기적을 행하지 않더라도 영화의 전개상, 존 커피는 분명 죄 없는 사람이고 선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폴 에지컴은 언젠가는 알게 되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전개라면, 어떻게든 존 커피는 살아났어야 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전기의자 위에 앉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나마 그가 지금 자신은 천국에 있다고 노래하는 '설정' 그리고 그토록 싫어했던 '어둠'을 피할 수 있었다는 '설정'이 위안이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선한 이는 죽었다. '법'이라는 명분 아래. 그것만은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사실.

그것이 사실.
그나마 그가 천국에 노래하고 있음이, 그것이 위안이 될 뿐이다.
"I'm in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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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두번째 역작. 역시 스티븐 킹의 원작. 전작인 쇼생크 탈출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비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두 작품. 마이클 클락 던컨의 사형수 연기는 정말.. 개인적으로 톰 행크스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리고 기적은 기적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