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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Food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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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정부와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 유망한 은행원 앤디 두프레인. 수감 첫 날부터 같이 들어온 수감자 한 명이 시체로 실려나가는 등 이 곳에서의 생활이 그다지 녹록치 않을 것 같은 조짐. 아니나다를까 다른 죄수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괴로운 일상이 전개된다. 한편 역시 종신형을 선고받고 일찌감치 쇼생크에 수감되어 있었던 레드는 그런 앤디를 주목하고. 어느 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지내던 앤디가 레드에게 첫 마디를 건네면서 이 둘의 인생 이야기는 시작된다 ..


앤디는 사회에서 무엇 하나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었다. 전도유망한 은행가였고, 아름다운 아내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반면 레드는 그렇지 못하다. 그는 이미 교도소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졌으며 오히려 사회에 나가면 어떻게 될지 두려워한다. 실제로 앤디에게 그렇게 말했고, 브룩스의 낭보를 전해듣는 장면에서 그런 인식은 더 확연해지는 것 같다. 난 절대 나가지 말아야지.. 이 곳에서 뼈를 묻어야지.. 이렇게. 교도소에서의 수십여년을 살아온 그의 이러한 태도는 그 곳에 있는 대부분의 죄수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때문에 앤디는 돋보일 수 밖에 없다. 모든 이들이 자유와 희망을 포기하고 교도소를 자신들의 고향으로 삼고 살아가는 와중, 그는 돋보인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이 끝장난 사람이다.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수감자일 뿐이지만. 하지만 그는 탈출을 시도한다. 왜냐, 그는 '자유'의 가치를 알고 있다. 남들은 하루 하루를 지새기 위해 낭비만 하고 있을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시간에 그는 조금씩 조금씩 그의 목적을 실현해간다. 그 과정에서 교도소 간부들의 신임을, 동료 죄수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게 되는 그의 모습은 자유를 지향하는 이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그는 승리한다. 600년은 걸릴 것 같았던 걸 20년도 안되어서, 냄새가 진동하는 500야드(레드의 말에 의하면 축구장의 다섯 배 길이란다)의 하수도를 질질 기어가서, 그는 승리를 얻어냈다. 이는 그가 하수구를 기어나온 후 취하는 제스쳐로 명백히 드러난다. 이후 레드 또한 가석방 조치가 승인되어 집과도 같았던 교도소를 나오게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그에게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화장실도 허락받고 가야 하는 그에게 사회는 낯설기만 한 곳이었다. 수년 전 브룩스가 그랬던 것처럼. 레드 역시 같은 길을 선택했을런지도 모를 일. 하지만 그를 그럴 수 없게 만든 단 하나의 동기는, 앤디의 전언이었다. 그것에 의지삼아 그 역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나침반 하나에 의지한 채. 그리고 그 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약간의 돈이 들어있는 봉투와, 편지 한 장이었다.

Dear Red. If you're reading this, you've gotten out. And if you've come this far, maybe you're willing to come a little further. You remember the name of the town, don't you? I could use a good man to help me get my project on wheels. I'll keep an eye out for you and the chessboard ready. Remember, Red. 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I will be hoping that this letter finds you, and finds you well. Your friend. Andy.

희망은 좋은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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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프리먼은 역시나 늘 멋진 배우. 역시 팀 로빈스 최고의 작품. 따뜻한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원작이 공포소설의 대부로 유명한 스티븐 킹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약간은 의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