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l Food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리들의 소중한 시간



영화는 진부한 사랑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어떻게 보면 철학적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이 영화에서 단지 소품일 뿐, 중심에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삶이 나른한 분, 인생의 권태기에 놓여있는 분들이 본다면 뭔가 있을 영화일 듯 싶다. 제목에서 보듯 지금껏 살아오면서 있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다시 한번 환기케 해주거나, 혹은 앞으로 있을 '행복한 시간' 을 기대케 해주는 영화이다. 행복한 시간이란 사람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사이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코드는 '소중함' 이다. 우리들은 그 '소중함' 으로 우리가 지금 영위하고 있는 삶에 대해 충분히 '행복함' 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삶이란 그 자체로 '소중한 것' 이니까.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디 나와 보시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과 짐승을 막론하고 생명을 갖고 있는 모든 존재에게 있어 본능과 같은 것이다. 단지 인간은 학습으로 그것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도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것, 짐승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아주 조그마한 차이일 뿐. 때문에 사형수가 사형 날짜를 목전에 두고 느낄 그 두려움을 우리가 어찌 알 수 있을지.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본능적인 두려움이 한데 아우러져 그가 겪고 있을 정신적 고통, 이루 말 할 수 있을까. 어찌됐든 그도 '인간' 이고, '생명' 인데. 그런 와중에 사랑하는 사람까지 생겼다면, 정말이지 이건 (아마 영화에서나 가능할) 비극 중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주인공의 사형수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인한, '죄에 대한 죄값을 치루는 거다' 라는 지극히 상투적인 감상으로 이 영화를 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보다 '사형수도 인간이다' 라는 감정적 감상이 더 크게 작용했다. 나라는 인간 자체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서일까? 그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달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시간이, 행복하디 행복한 시간이다. 소중한 시간이다.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이 시간이. 그리고 앞으로 영위해 갈 나의 시간이..




덧1. 묘하게도 이 포스트를 작성하는 와중에 연쇄살인범 정남규에 대한 사형선고 뉴스(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S2D&office_id=001&article_id=0001417105&section_id=102&section_id2=249&menu_id=102)를 접했습니다. 현실을 바라보면 이런 사람에 대한 사형선고는 정말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게 또 사실인데 말이에요 .. 인간이란 동물은 정말 간사하기 짝이 없는 것 같습니다-_-

덧2.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정말 달라보이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그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됩니다.
..물론 이나영님은 충분히 기대에 부응했습니다-_-;

덧3. 역시 송해성 감독은 이런 류(뭐랄까요a 드라마?)에 강점을 보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기반으로 두었다는 한계는 아직 여전하다는 게 조금은 씁쓸하군요